WORK HARD. STAY HUMBLE.〈모란도〉와 조용히 자라는 시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모란도 10폭 병풍〉의 활짝 핀 꽃과 닫힌 봉오리를 바라봅니다. 결과보다 먼저 쌓이는 시간과 조용히 자라는 힘을 읽습니다.

 

WORK HARD. STAY HUMBLE.

모란은 피기 전의 시간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조선시대 모란도 10폭 병풍의 한 폭을 확대한 화면과 WORK HARD, STAY HUMBLE을 포함한 영문 문구
꽃은 가장 화려한 순간을 위해 매일 자신의 성장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붉은색과 분홍색, 흰색과 노란색의 모란이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꽃잎을 활짝 펼친 꽃들 사이에는 아직 둥글게 닫힌 봉오리도 보입니다. 짙은 초록색 잎과 붉게 물든 어린잎, 구불구불 뻗은 가지가 꽃 사이를 촘촘히 연결합니다.

아래쪽의 푸른 괴석은 꽃의 부드러운 곡선과 대비됩니다. 화면은 화려하지만, 모든 꽃이 같은 상태로 피어 있지는 않습니다.

어떤 꽃은 이미 가장 넓게 펼쳐졌고, 어떤 꽃은 꽃잎을 조금씩 열고 있으며, 어떤 봉오리는 아직 자신의 때를 기다립니다.

한 폭에 함께 놓인 서로 다른 시간

이 그림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모란도 10폭 병풍〉 가운데 한 폭입니다.

10폭에 걸쳐 모란과 괴석이 하나의 풍경처럼 이어집니다. 각 폭을 독립된 장면으로 나누기보다 모란꽃밭이 계속 펼쳐지는 듯한 연속적인 구성을 보여줍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병풍을 작가를 알 수 없는 1820년대 작품으로 소개합니다. 규모와 화려한 채색, 세밀한 표현 등을 근거로 왕실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모란은 오랫동안 ‘꽃 중의 왕’이나 ‘부귀화’로 불렸습니다. 조선 왕실에서는 모란 병풍을 종묘 의례와 혼례, 상례 등 여러 의례 공간에 사용했습니다.

푸른 괴석 옆 활짝 핀 분홍 모란과 아직 닫힌 꽃봉오리를 확대한 모란도 세부
활짝 핀 꽃과 아직 닫힌 봉오리가 한 화면에서 서로 다른 시간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화면을 오늘의 삶과 연결하는 데 반드시 전통적인 상징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화면에서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완성된 꽃의 화려함이지만, 그 곁에는 아직 피지 않은 봉오리와 자라나는 잎도 함께 있습니다.

병풍은 꽃의 절정만 보여주지 않습니다. 피어나는 과정에 놓인 여러 시간을 한 화면 안에 나란히 둡니다.

피기 전의 시간은 보이지 않습니다

붉은색·분홍색·흰색·노란색 모란과 푸른 괴석이 그려진 모란도 10폭 병풍의 한 폭
작자 미상, 〈모란도 10폭 병풍〉 한 폭, 조선 1820년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꽃은 자신이 뿌리를 내린 시간이나 비와 바람을 견딘 날들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화면에 나타난 꽃을 통해 그 이전의 시간을 짐작할 뿐입니다. 그림 속에서도 뿌리는 보이지 않고, 가지가 자라난 과정은 생략돼 있습니다.

다만 활짝 핀 꽃과 닫힌 봉오리가 함께 있다는 사실이 모든 꽃의 시간이 같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의 하루도 이와 닮았을지 모릅니다.

해야 할 일에는 성실히 힘을 쓰고, 몸과 마음을 돌보며, 불필요한 말과 소란에서는 한 걸음 물러나는 시간은 대개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결과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무엇이 얼마나 쌓이고 있는지 자신도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의 꽃이 먼저 피었다는 이유로 자신의 계절까지 서두르고 싶어질 때도 있습니다. 아직 봉오리인 시간을 뒤처진 상태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봉오리는 완성되지 못한 꽃이 아닙니다.

지금 열리지 않았을 뿐, 자신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꽃입니다.

화려함을 지키는 조용한 일

박물관에서 작품을 지키는 시간도 대부분 눈에 띄지 않습니다.

전시장에서 펼쳐진 병풍은 화려하지만, 그 상태를 유지하는 일은 조용하게 이어집니다. 전시 전후의 상태를 확인하고, 빛과 온습도를 살피고, 이동할 때 회화면과 병풍 구조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동선을 준비합니다.

관람객이 보는 것은 펼쳐진 순간이지만, 작품을 지키는 일은 보이지 않는 시간까지 포함합니다.

이미 피어난 꽃만 바라보지 않고, 그 꽃이 오래 머물 수 있는 조건을 살피는 일입니다.

사람에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합니다.

더 눈에 띄기 위해 자신을 과장하기보다 오늘 해야 할 일을 해내고,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생활의 균형을 지키는 일입니다.

조용히 자라는 시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이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WORK HARD. STAY HUMBLE.

아직 뚜렷한 결과가 없더라도 조용히 쌓아온 시간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꽃도 가장 화려한 순간을 위해 매일 자신의 성장을 설명하지는 않으니까요.


Object Information

Work: Peony
Descriptive English title: Ten-panel Folding Screen with Peonies
Korean title: 〈모란도〉(牡丹圖)
Other title: 〈모란도 십폭 병풍〉
Artist: Unknown
Date: 1820s
Period: Joseon Dynasty
Medium: Color on silk
Dimensions: 145.0×58.0cm each painting panel; 194.0×580.0cm overall mounted screen
Collection: National Museum of Korea
Accession Number: Bongwan 8165

The detailed curator record identifies the work as color on silk. The current eMuseum database lists the material more generally as paper.

Image Credit

National Museum of Korea via eMuseum
KOGL Type 1 — Attribution

Image 1 cropped from one panel and text added.
Image 2 shows a detail of peonies, buds, foliage, and rocks.
Image 3 shows one full panel from the ten-panel folding sc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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